아이 배변 훈련은 ‘한글 떼기’가 아니다. 빠르게 잘해낼수록 좋은 것도 아니고, 엄마가 억지로 가르친다고, 연습하고 공부한다고 해서 금방 실력이 느는 것도 아니라는 뜻. 아이에게 ‘공부시키듯’ 배변 훈련을 시켜왔다면 지금 당장 멈출 것. 놀면서 즐기는 배변 훈련의 중요성과 방법을 공개한다.
‘즐거운’ 배변 훈련의 중요성
많은 전문가가 ‘배변 훈련을 억지로 시키는 것은 좋지 않다’고 조언하지만 엄마들은 여전히 ‘우리 아이만 늦는 건 아닐까’ 조바심을 낸다. 특히 육아 서적에 의지해 아이를 키우는 엄마는 아이에게 배변 훈련을 강압적으로 시키는 경향이 있다. 18개월부터 36개월 사이에 배변 훈련을 완료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육아 서적에서 알려주는 배변 훈련 시작기나 완료기는 평균 수치일 뿐이다. 대소변을 가리는 시기는 아이의 발달 상황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의무적으로 시작하고 반드시 완료해야 하는 발달 과정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둘 것. 대소변을 일찍 가린다고 해서 머리가 좋은 것도 아니고, 늦게 가린다고 해서 발달이 지체되는 것도 아니다.
육아 서적에서 말하는 ‘18개월’은 항문을 여닫는 괄약근을 능동적으로 조절하는 능력이 생기는 시기를 말하는 것이지 아이가 스스로 배변 활동을 할 수 있는 월령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평균적으로 대부분의 아이는 21개월 전후가 되면 ‘대변이 마렵다’는 것을 느낄 수 있고 27개월쯤에는 낮 시간에 대변을 가릴 수 있게 된다. 30개월 무렵에는 낮 시간에 소변을 가릴 수 있고 밤중 대소변을 가리는 것은 그보다 늦은 33개월 이후에 가능하다. 아이 배변 훈련을 24개월이 지난 후에 시작해도 무방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단, 이 수치 역시 ‘숫자’에 불과하기 때문에 절대 지침으로 삼을 필요는 없다. 중요한 건 ‘언제 시작해서 언제 완료하느냐’가 아니라 아이의 ‘때’를 기다리는 엄마의 여유로운 마음가짐이라는 사실을 명심할 것.
‘억지 배변 훈련’의 부작용
배변 훈련을 지나치게 일찍 시키면 훈련 기간이 2배 이상 걸리고, 부작용이 더 많이 생긴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대한소아과학회지 최신호에 발표된 아이 배변 훈련 관련 설문 조사에서 생후 18개월 이전에 훈련을 시작한 아이들은 혼자 대소변을 완벽하게 가릴 수 있기까지 약 8.4개월의 기간이 걸렸다는 결과가 나왔다. 반면 생후 18~24개월에 시작한 아이들은 평균 5.6개월, 생후 25개월이 지나서 시작한 아이들은 3.8개월이 걸렸다. 또 생후 18개월 이전 그룹의 61.4%에 해당하는 아이들이 훈련 기간 동안 어른의 변실금과 비슷한 유분증, 변비, 대변을 본 후 문 뒤로 숨는 행동 등 부작용을 보였다는 결과도 있다. 배변 훈련을 지나치게 일찍, 억지로 시키면 아이가 불안과 좌절감을 겪는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결과다.
두 돌 이후의 아이들은 엄마에게서 서서히 독립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자기주장이 강해진다. 따라서 대소변 가리기 역시 자기 뜻대로 하고 싶어 하는데, 이때 자신이 생각한 대로 잘 안 되면 ‘실패감’을 더욱 깊이 느끼고 심하게 위축된다. 아이가 대소변을 참거나 엄마 몰래 숨어서 변을 보거나 옷을 오물 범벅으로 만드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아이의 이런 감정들을 잘 조절해주지 않으면 자신감이 없고 강박적인 성격을 가진 아이로 자랄 가능성이 크다.
실전! 놀이처럼 즐거운 배변 훈련 가이드
배변 훈련의 가장 큰 실패 요인은 아이가 대소변을 볼 때 받는 스트레스 때문. 엄마가 강압적으로 변기에 앉기를 요구하거나, 실수했을 때 크게 질책을 받으면 배변 활동 자체를 두려워하게 된다. 배변을 ‘놀이’처럼 즐길 수 있게 이끌어줘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형 응가시키기
●동물이나 사람, 로봇 등 의인화가 가능한 인형을 가지고 변기에 직접 배변을 보게 하는 놀이를 하면 아이가 자신이 아닌 대상물을 활용해 ‘탈중심화’하면서 자연스럽게 배변 기술을 익힐 수 있다. 속옷과 겉옷을 쉽게 입히고 벗길 수 있는 인형을 준비하면 좀 더 구체적인 배변 활동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다. 아이에게 ‘엄마’의 역할을 부여해 인형에게 대소변 가리기를 알려주도록 유도하는 것도 좋다.
●인형을 통해 대소변이 나오는 원리를 보여주는 것도 효과적이다. 입으로 물을 넣으면 아래로 물이 다시 빠져나오는 인형을 활용해 소변이 나오는 원리를 체험하게 해줄 것. 바닥에 구멍이 뚫려 있는 사람 모형의 저금통을 활용하면 좋다. 입을 움직일 수 있는 핸드 퍼펫을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 인형이 음식을 먹은 후에 변기통 위로 배설물을 떨어뜨리는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 엄마가 손에 미리 ‘배설물’로 보일 수 있는 뭉치를 가지고 있다가 “토끼 인형이 음식을 다 먹었네? 그럼 이제 응가를 하러 가볼까?”라고 말하면서 변기통 위에 쥐고 있던 뭉치를 떨어뜨리는 식이다.
엄마 아빠 따라 하기
18개월 전후는 모방 능력이 급격히 발달하는 시기다. 특히 1차 양육자인 부모의 행동 하나하나를 관찰해서 자신의 행동으로 재현해보려는 상징적인 사고가 발달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엄마 아빠가 배변을 하는 시범을 보여주는 것은 매우 효과적인 훈련법. 남자아이는 아빠가, 여자아이는 엄마가 시범을 보여주는 것이 좋다. 이때 “소변은 이렇게 보는 거야”라고 그냥 시범을 보여주기보다는 상황에 맞는 이야기를 꾸며 함께 들려줌으로써 아이의 모방 욕구를 높여줄 것. 예를 들어 “변기에 불이 났어요. 불을 끄러 가야 해요”, “고추에서 로켓이 발사되려고 해요. 같이 보러 갈까요?”라는 식으로 말해주면 아이가 배변 상황을 즐겁게 관찰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
변기와 친구 되기
●아이가 배변 훈련에 거부감을 갖는 첫 번째 이유는 변기 자체는 물론 변기에 앉는 행위가 낯설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낯선’ 존재를 익숙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배변 훈련의 우선 과제. 유아용 변기를 구입할 때 아이와 함께 직접 가서 쇼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이가 원하는 것을 고르게 한 후 집 안에 놓을 때도 “어디에 놓는 것이 좋을까?”라고 질문을 던져 아이가 선호하는 장소에 둔다.
●변기에 ‘OO의 변기’라고 꾸며 쓴 이름표를 붙여주고, 좋아하는 스티커를 붙이게 할 것. 변기 주변에 장난감 박스나 인형을 두어 그 주변에서 놀게 하는 것도 좋다. 하루 2시간 정도 아이가 자신의 변기를 보고, 느끼고, 만지게 해주자.
●블록이나 작은 공 등을 변기 구멍 안으로 떨어뜨려 골인시키는 놀이도 아이가 즐거워하는 놀이가 될 수 있다. 변기통을 골대처럼 활용하는 식. 작은 변기 입구로 무엇인가를 통과시켜보는 과정에서 변기의 용도와 기능을 자연스럽게 인식할 수 있다.
내가 만든 ‘응가’와 ‘쉬’
밀가루 반죽이나 고무 점토를 준비해서 아이가 원하는 색깔과 형태로 자신만의 ‘응가’를 만들어본다. 대변에 대한 부정적 정서를 없앨 수 있는 배변 놀이법 중 하나. 책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를 읽으면서 다양한 동물의 대변을 따라 만들어보는 것도 재미있다. 또 물에 노란색 물감을 섞어 소변과 비슷하게 만들어보고 이 물을 작은 분무기에 담은 후 화장실이나 아이 변기, 흰 도화지에 뿌리게 하는 것도 좋다. 아이의 창의력은 물론 소근육을 함께 발달시킬 수 있는 놀이법.
대소변에 이름 붙이기
프로이트는 18~36개월의 시기를 ‘항문기’로 정의했다. 이 항문기의 아이들은 대변을 참거나 배설하는 데서 쾌감을 얻는다고 한다. 이 시기 아이들이 유난히 ‘똥’과 관련한 이야기를 좋아하고 ‘방귀’나 ‘똥구멍’ 같은 단어를 좋아하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 다양한 사물을 상징화해 이름을 붙이는 활동에 흥미를 보이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 시기적 특성을 고려해 아이의 대소변에 ‘주룩주룩 물’이나 ‘황금 바나나’와 같은 친근하고 재미있는 이름을 붙여주는 것도 좋은 방법. 배변 훈련 자체가 아이에게는 처음으로 자신의 본능적 충동을 외부로부터 통제받는 경험이기 때문에 ‘친근하게 하기’ 훈련은 매우 중요하다. 또 부모가 무의식중에 ‘대소변은 더러운 것’이라는 인식을 아이에게 심어주지 않도록 주의할 것.
변기통 물총 놀이
변기통에 물에 젖어도 무방한 욕실용 장난감을 여러 개 넣는다. 변기에서 멀찍이 떨어져 서서 물총으로 통 안의 장난감들을 맞춰 쓰러뜨리는 놀이를 하는 것도 ‘아이와 변기를 친하게 만드는’ 놀이 중 하나. 남자아이들의 경우에는 변기통에 휴지를 넣어 실제 소변으로 휴지를 적시면서 자연스럽게 변기에서의 배변을 유도하는 놀이를 해도 효과적이다.
대소변 보고 스티커 붙이기
아이가 대소변을 보는 화장실이나 유아 변기 옆에 아이 눈에 띌 만한 스티커 판을 준비한다. 훈련 단계에 따라 ‘변기에 앉았을 때’, ‘대변을 봤을 때’, ‘소변을 봤을 때’, ‘대소변을 깨끗이 치웠을 때’ 등 칭찬해줄 만한 상황을 만들어놓고 다양한 종류의 스티커를 붙여주면서 칭찬하도록 한다. 자신의 행동에 대한 보상의 결과를 인지하면서 행동의 긍정적 강화를 받게 된다.
이야기 속 친구들의 ‘응가’ 만나기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배변 훈련 관련 동화책을 함께 읽는 것도 거부감을 줄이고 배변 훈련을 즐겁게 이어나갈 수 있는 방법.
배변 훈련에 성공한 선배맘들의 추천 리스트는 <혼자 쉬해요!>, <응가하자 끙끙>, <누구나 눈다>, <내 쉬통 어딨어?>, <똥이 풍덩>, <끙끙 응가하는 책>, <누구 엉덩이가 가장 예쁠까요?>, <뿡뿡이 뭐하니?>, <끙끙 응가> 등이 있다.
‘응가’ 청소하기
아이가 대소변이 더럽다는 인식을 하게 되면 배변 자체를 거부할 가능성이 크다. 자신의 대소변을 직접 관찰하게 하고 치우게 하는 것은 놀이에 가까운 활동은 아니지만 배변 활동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줄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 아이 변기통을 분리해 화장실에 있는 일반 변기에 넣고 직접 물을 내리게 한 후, 통을 깨끗이 씻는 과정까지 경험하게 해줄 것. 마무리로 칭찬 스티커를 붙여주면 아이는 자신이 한 모든 행동이 ‘잘한 일’이라고 생각해 동기 부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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